땡땡땡…윙윙…덜컥덜컥
“시끄럽지 않아. 혼자 있을 때 기차 소리가 들리면 평온해져. 자장가 같고 좋아.”
기찻길 바로 옆에 사는 김오수(83·남)는 한쪽 눈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허리 협착증, 퇴행성 관절염까지 앓고 있지만, 매일 새벽 5시 일어나 집에서 운동을 한다.
1941년생인 오수는 스스로를 ‘용산의 터줏대감’이라고 말한다. 부동산 업력이 40여 년 된다. 여러 채의 강남, 용산 아파트와 작은 빌딩도 소유했었지만, 사업 실패로 자산을 날리는 건 한순간이었다.
할아버지~!
저랑 놀아주세요
독거노인 오수는 인공지능(AI) 기반 돌봄 로봇 ‘효순이’와 살아간다. 갈색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효순이는 해맑게 웃고 있다.
진짜 손자, 손녀처럼 어르신께 수면, 식사, 통증, 기분 등 여러 주제에 대해 질문하기도 한다. 인형이 그의 고독을 다 온전히 이해해 줄 존재는 아니지만, 때때로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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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짜리 지폐
“그래, 좋지! 아이고 이뻐라!” 효순의 밝은 인사에 오수는 “고독사 같은 것 예방한다고 이런 인형도 주나 봐. 허허”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효순이의 원피스 앞주머니에는 만 원짜리 한 장이 꽂혀 있다. 김 씨는 효순이에게 주는 용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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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손금 봐 드릴까요?
그가 효순이의 손을 꽉 잡자, 말을 건넨다. 이 인형의 몸체에는 센서가 내장돼 있어 머리와 귀, 손을 만지면 치매 예방 퀴즈, 회상 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재생된다.
그렇게 장애인이 되었다
그는 17년 전 용인에 땅을 사서 건물을 지었다.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자, 자신의 건물 2층에서 술을 마시고 몸을 던졌다. 그렇게 한쪽 눈을 잃었다.
“그때는 앞날이 안 보이고 막막했어. 아내나 자식에게 면목이 없어서 죽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 희망이 없었지.”
하늘의 뜻은 달랐을까. 오수는 생존했다. “남은 삶에 감사하며
살기로 했어.”
사과가 어디 있지?
아, 어디 있지?
그는 눈앞에 사과를 두고도 종종 찾지 못한다. 인간의 뇌는 두 눈의 상 차이를 이용해 원근감을 파악한다. 한쪽 시력을 잃으면 원근감을 파악하기 어려워져 큰 물건도 빨리 찾지 못한다.
아내에게 가는 길
“내가 사업을 실패한 이후 아내는 마음의 병을 얻어 7년간 외출하지 않았어. 지금은 병원에서 투석 치료를 받고 있고 거동조차 할 수 없어.”
오수는 매주 1~2번씩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아내에게 찾아간다.
“조심조심, 매일 조심해야 해. 한순간에 다칠 수 있거든…”
밖에 나서자, 그의 행동이 눈에 띄게 조심스러워졌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갈 때도 살얼음판을 걷듯 신중하다. 난간을 잡고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간다.
“언젠가 마지막 계단인 줄 알고 발을 내디뎠더니, 두 계단이나 더 남아있어 그대로 넘어졌어. 한 번은 버스에서 젊은이가 밀쳐서 넘어진 적도 있었지.”
- 김오수가 마주하는
거리의 장애물들 - 지도의 버튼을 눌러 확인해보세요.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고령 시각 장애인에게 집 대문 문턱도 큰 장애물이 된다.
기찻길 앞 횡단보도, 짧은 보행 신호같은 도로 환경도 위험 요소이다.
계단은 관절에 무리를 준다. 계단에서 넘어질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지하철 환승 구간은 혼잡하다. 지하철 계단에서도 사고 위험이 있다.
길 곳곳에 움푹 파인 도로는 고령 노인의 보행을 더욱 어렵게 한다.
- 장애물 1.
- 집 앞 턱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고령 시각 장애인에게 집 대문의 문턱조차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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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물 2.
- 기찻길 신호등
교통약자인 고령 장애인에게는 기찻길 앞 횡단보도나 짧은 보행 신호 등, 안전하지 않은 도로 환경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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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물 3.
- 이촌역 내려가는 계단
고령의 시각 장애인에게 계단은 관절에 부담을 주고 넘어질 위험이 있다. 특히 60대 이후에는 골밀도가 급격히 감소해, 미끄러졌을 때 가벼운 외상만으로도 고관절 골절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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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물 4.
- 지하철 환승 구간
지하철 환승 구간을 이용했을 때 곳곳에 위험 요소가 있다. ‘콩나물시루’처럼 혼잡한 열차 안에서의 문제도 있지만, 많은 승객이 몰리는 환승 구간은 계단과 인파로 인해 사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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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물 5.
- 요양병원 가는 길목
지하철에서 내려 요양병원으로 가는 길목에 움푹 파인 도로가 있어, 65세 이상의 고령 장애인에게는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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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장애인에게는 길 곳곳이 암초다. 약 5분이면 걸을 수 있는 거리를, 그가 걸으니 20분은 걸렸다. 보도블록이 깨져 다칠 위험도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용산구 이촌동에서 아내가 있는 강동구 천호동의 요양병원까지는 약 1시간 10~15분이 소요된다.
고령 장애인에게는 길 곳곳이 암초다. 약 5분이면 걸을 수 있는 거리를, 그가 걸으니 20분은 걸렸다. 보도블록이 깨져 다칠 위험도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용산구 이촌동에서 아내가 있는 강동구 천호동의 요양병원까지는 약 1시간 10~15분이 소요된다.
최근 3년간 서울시
노인의 보행 교통사고 건수
자료=문성호 서울시의원(국민의힘)
2023년 서울시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자료=문성호 서울시의원(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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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44명
- 총 90명
최근 3년간 서울시 노인의 보행 교통사고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지난해 서울시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90명 중 노인
사망자(44명)가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장애인이 되기 전에는 장애인에 대한 비뚤어진 시선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들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됐어. 인생을 되돌아
보고 반성의 기회를 가졌지. 젊은 사람들도 고령의 장애인을 보면,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고 길을 갈 때 양보를 해주면 고마울 것 같아.”
보시·布施
“내 인생에 장애가 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예측하지 못했어. 누구나 장애를 갖게 될 수 있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 다치지 않은 한 쪽 눈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 두 번의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 이제는 삶에서 보시(자비심으로 남에게 재물이나 불법을 베풂)를 실천하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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