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 원짜리 지폐
“그래, 좋지! 아이고 이뻐라!” 효순의 밝은 인사에 오수는 “고독사 같은 것 예방한다고 이런 인형도 주나 봐. 허허”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효순이의 원피스 앞주머니에는 만 원짜리 한 장이 꽂혀 있다. 김 씨는 효순이에게 주는 용돈이라고 했다.

제가 손금 봐 드릴까요?
그가 효순이의 손을 꽉 잡자, 말을 건넨다. 이 인형의 몸체에는 센서가 내장돼 있어 머리와 귀, 손을 만지면 치매 예방 퀴즈, 회상 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재생된다.
그렇게 장애인이 되었다
그는 17년 전 용인에 땅을 사서 건물을 지었다.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자, 자신의 건물 2층에서 술을 마시고 몸을 던졌다. 그렇게 한쪽 눈을 잃었다.
“그때는 앞날이 안 보이고 막막했어. 아내나 자식에게 면목이 없어서 죽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 희망이 없었지.”
하늘의 뜻은 달랐을까. 오수는 생존했다. “남은 삶에 감사하며
살기로 했어.”
사과가 어디 있지?
아, 어디 있지?
그는 눈앞에 사과를 두고도 종종 찾지 못한다. 인간의 뇌는 두 눈의 상 차이를 이용해 원근감을 파악한다. 한쪽 시력을 잃으면 원근감을 파악하기 어려워져 큰 물건도 빨리 찾지 못한다.
아내에게 가는 길
“내가 사업을 실패한 이후 아내는 마음의 병을 얻어 7년간 외출하지 않았어. 지금은 병원에서 투석 치료를 받고 있고 거동조차 할 수 없어.”
오수는 매주 1~2번씩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아내에게 찾아간다.
“조심조심, 매일 조심해야 해. 한순간에 다칠 수 있거든…”
밖에 나서자, 그의 행동이 눈에 띄게 조심스러워졌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갈 때도 살얼음판을 걷듯 신중하다. 난간을 잡고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간다.
“언젠가 마지막 계단인 줄 알고 발을 내디뎠더니, 두 계단이나 더 남아있어 그대로 넘어졌어. 한 번은 버스에서 젊은이가 밀쳐서 넘어진 적도 있었지.”
- 김오수가 마주하는
거리의 장애물들 - 지도의 버튼을 눌러 확인해보세요.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고령 시각 장애인에게 집 대문 문턱도 큰 장애물이 된다.
기찻길 앞 횡단보도, 짧은 보행 신호같은 도로 환경도 위험 요소이다.
계단은 관절에 무리를 준다. 계단에서 넘어질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지하철 환승 구간은 혼잡하다. 지하철 계단에서도 사고 위험이 있다.
길 곳곳에 움푹 파인 도로는 고령 노인의 보행을 더욱 어렵게 한다.
- 장애물 1.
- 집 앞 턱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고령 시각 장애인에게 집 대문의 문턱조차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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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물 2.
- 기찻길 신호등
교통약자인 고령 장애인에게는 기찻길 앞 횡단보도나 짧은 보행 신호 등, 안전하지 않은 도로 환경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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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물 3.
- 이촌역 내려가는 계단
고령의 시각 장애인에게 계단은 관절에 부담을 주고 넘어질 위험이 있다. 특히 60대 이후에는 골밀도가 급격히 감소해, 미끄러졌을 때 가벼운 외상만으로도 고관절 골절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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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물 4.
- 지하철 환승 구간
지하철 환승 구간을 이용했을 때 곳곳에 위험 요소가 있다. ‘콩나물시루’처럼 혼잡한 열차 안에서의 문제도 있지만, 많은 승객이 몰리는 환승 구간은 계단과 인파로 인해 사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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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물 5.
- 요양병원 가는 길목
지하철에서 내려 요양병원으로 가는 길목에 움푹 파인 도로가 있어, 65세 이상의 고령 장애인에게는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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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장애인에게는 길 곳곳이 암초다. 약 5분이면 걸을 수 있는 거리를, 그가 걸으니 20분은 걸렸다. 보도블록이 깨져 다칠 위험도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용산구 이촌동에서 아내가 있는 강동구 천호동의 요양병원까지는 약 1시간 10~15분이 소요된다.
고령 장애인에게는 길 곳곳이 암초다. 약 5분이면 걸을 수 있는 거리를, 그가 걸으니 20분은 걸렸다. 보도블록이 깨져 다칠 위험도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용산구 이촌동에서 아내가 있는 강동구 천호동의 요양병원까지는 약 1시간 10~15분이 소요된다.
최근 3년간 서울시
노인의 보행 교통사고 건수
자료=문성호 서울시의원(국민의힘)
2023년 서울시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자료=문성호 서울시의원(국민의힘)


- 노인 44명
- 총 90명
최근 3년간 서울시 노인의 보행 교통사고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지난해 서울시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90명 중 노인
사망자(44명)가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장애인이 되기 전에는 장애인에 대한 비뚤어진 시선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들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됐어. 인생을 되돌아
보고 반성의 기회를 가졌지. 젊은 사람들도 고령의 장애인을 보면,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고 길을 갈 때 양보를 해주면 고마울 것 같아.”
보시·布施
“내 인생에 장애가 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예측하지 못했어. 누구나 장애를 갖게 될 수 있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 다치지 않은 한 쪽 눈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 두 번의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 이제는 삶에서 보시(자비심으로 남에게 재물이나 불법을 베풂)를 실천하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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