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의학 전문의를
거의 못만나 보셨을거예요
4년 차 개원의. 기승국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아주대 의대에 입학해 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
진료 방식이 독특하다. 수원시와 용인시 일대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방문 진료를 한다. 그의 명함엔 이렇게 쓰여 있다. 홈닥터 예방의학과 대표원장.
한 해 예방의학 전문의는 10명도 안 나오는 실정이다. 수익성이 낮고 개원 기회가 적어서다.
“우리나라의 고령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어요. 그런데, 환자들이 어떻게 살다가 죽는지 데이터가 전혀 없어요. 예방의학은 데이터에서 시작됩니다. 제가 이렇게 진료도 하고 데이터도 모으는 이유죠.”
2024년 홈닥터 예방의학과 의원의 진료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고령 장애 환자의 진료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 거동 불편 유형 분석
- 2024년 1월 1일~10월 10일 총 진료 건수 분석
자료=홈닥터 예방의학과 의원
뇌졸중이나 척추 손상 등으로 신체 일부가 움직이지 않는 환자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이 중추신경계의 신경세포 퇴행 및 손실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
정신 질환
정신 기능 이상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자주 겪는 환자
말기 질환
말기 암, 말기 신부전, 말기 심부전 등 의학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의 환자
기기 부착
인공호흡기 등 생명 유지 기기를 사용 중인 환자
기타
기타 질환과 상태로 일상 활동이 어려운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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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신체 일부가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뇌졸중이나 척수 손상 등으로 발생한 마비 환자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 신경계가 점차 퇴행하여 거동이 불편해지는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주요 우울증, 조현병 등 정신건강 문제로 일상생활 및 이동이 어려운 환자
암 말기나 시한부 판정을 받아 활동에 큰 제한이 있는 환자
인공호흡기 등 생명 유지 기기를 사용 중인 환자. 거동이 크게 제한됨
기타 질환이나 상태로 일상 활동이 제한되는 경우
- 기승국의
한달 진료 지역 - 2024년 10월 진료 지역
자료=홈닥터 예방의학과 의원
- 10월 진료 건수 156건
- 하루 평균 진료 건수 7.8건
- 진료 동행 취재에서 만난
고령 장애인들 - 이미지를 클릭해 진료 내용을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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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킨슨 | 장애 중증
- 안 씨, 71세, 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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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편마비·뇌전증 | 장애 중증
- 허 씨, 82세, 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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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성 치매 | 장기요양 2등급
- 임 씨, 86세, 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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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한 대로
약을 드셔야 해요
- 진단 및 병력
- -2007년 파킨슨병 진단
- -신경과 및 정신과 약물 처방 및 복용
파란 약이… 다 떨어졌…어.
안 씨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간호사가 그의 체온, 심박수 등 바이탈 체크를 마친 직후였다.
‘파란 약’은 우울증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항우울제, 미르타자핀(Mirtazapine)이다.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은 신체 떨림. 신경과적 약물은 증상을 완화하고 환자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알고 보니, 안 씨가 임의로 약을 한 번에 2봉씩 복용해 3개월 분량이 45일 만에 동이 났던 거였다.
“제가 약을 새로 처방해 드릴 수 있지만, 다시 한번 잘 찾아봐 주세요.” 승국은 안 씨에게 약을 처방대로 복용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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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할머니의
수고를 덜어드렸어요
- 진단 및 병력
- -2020년경 뇌출혈로 인한 우측 편마비 발생
- -뇌전증 지속 상태, 알츠하이머성 치매
최근 들어 허 씨는 매일 설사를 했고 그의 아내는 자주 허 씨의 기저귀를 갈아야 했다.
“복용 중이던 약에서 변비약을 빼 드렸어요. 환자분께서 계속 변비약을 먹고 계셨는데, 그게 대변을 묽게 만드는 원인일 가능성이 높았어요.”
매일 밤 계속됐던 허 씨의 설사가 멈추자 그의 아내는 ‘너무 좋아’를 연발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성인용 기저귀는 필수적인 제품이다. 고분자 흡수체(SAP)를 사용하여 소변을 빠르게 흡수하고, 냄새를 최소화하며, 피부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준다.
특히 고령화가 빠른 일본에서는 성인용 기저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027년엔 아기용 기저귀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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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하지 않고
운동하셨더라면…
- 진단 및 병력
- -75세에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
- -오랜 침상 생활로 양측 무릎 관절 구축 발생
임 씨는 75세에 알츠하이머 발병 후 장기간의 침상 생활로 양 무릎 관절이 굳어버렸다.
“압박궤양(욕창)이 심했습니다. 1년 6개월 동안 드레싱을 해드렸던 거 같아요.”
욕창은 지속적인 압박으로 피부와 조직에 혈액 공급이 차단되어 발생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설계된 욕창 예방 매트리스는 메모리 폼이나 공기 압을 활용하여 피부에 가해지는 압력을 고르게 분산시켜준다.
갑자기 임 씨가 메마른 두 손으로 승국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의 두 눈에서는 조용히 눈물이 흘렀다.
“제때 운동이라도 했으면 무릎 관절이 저렇게까지 굳지 않았을 거예요. 치매를 진단받고 삶에 대한 체념 때문에 운동을 하려는 의지조차 없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 파킨슨
- 안 씨, 71세, 女. 장애 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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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약이… 다 떨어졌…어.
안 씨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파란 약’은 우울증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항우울제, 미르타자핀(Mirtazapine)이다.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은 신체 떨림. 신경과적 약물은 증상을 완화하고 환자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알고 보니, 안 씨가 임의로 약을 한 번에 2봉씩 복용해 3개월 분량이 45일 만에 동이 났던 거였다.
“제가 약을 새로 처방해 드릴 수 있지만, 다시 한번 잘 찾아봐 주세요.” 승국은 안 씨에게 약을 처방대로 복용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 우편마비·뇌전증
- 허 씨, 82세, 男, 장애 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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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허 씨는 매일 설사를 했고 그의 아내는 자주 허 씨의 기저귀를 갈아야 했다.
“복용 중이던 약에서 변비약을 빼 드렸어요. 환자분께서 계속 변비약을 먹고 계셨는데, 그게 대변을 묽게 만드는 원인일 가능성이 높았어요.”
매일 밤 계속됐던 허 씨의 설사가 멈추자 그의 아내는 ‘너무 좋아’를 연발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성인용 기저귀는 필수적인 제품이다. 고분자 흡수체(SAP)를 사용하여 소변을 빠르게 흡수하고, 냄새를 최소화하며, 피부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준다.
특히 고령화가 빠른 일본에서는 성인용 기저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027년엔 아기용 기저귀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 노인성 치매
- 임 씨, 86세, 女, 장기요양 2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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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씨는 75세에 알츠하이머 발병 후 장기간의 침상 생활로 양쪽 무릎 관절이 굳어버렸다.
“압박궤양(욕창)이 심했습니다. 1년 6개월 동안 드레싱을 해드렸던 거 같아요.”
욕창은 지속적인 압박으로 피부와 조직에 혈액 공급이 차단되어 발생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설계된 욕창 예방 매트리스는 메모리 폼이나 공기 압을 활용하여 피부에 가해지는 압력을 고르게 분산시켜준다.
갑자기 임 씨가 메마른 두 손으로 승국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의 두 눈에서는 조용히 눈물이 흘렀다.
“제때 운동이라도 했으면 무릎 관절이 저렇게까지 굳지 않았을 거예요. 치매를 진단받고 삶에 대한 체념 때문에 운동을 하려는 의지조차 없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거동이 불편하더라도 갑자기 살던 곳을 떠나 낯선 시설에 입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재택 의료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8년부터 장애인 건강 주치의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장애인이 거주 지역 내 의사 한 명을 선택해 건강을 관리 받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장애인 건강 주치의로 등록한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해 일부 지역에서는 주치의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장애인 건강 주치의 사업 실태
- 자료=보건복지부,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2024년 7월 기준
- 장애인 건강 관리료
- 자료=보건복지부
장애인들은 진료비가 부담된다고 호소하지만 의사들은 낮은 수가를 이유로 참여를 꺼리고 있다. 장애인 건강 주치의 제도가 6년째 시범 사업만 하고 있는 이유다.
승국이 말한다.
환자의 주소를 확인하는 일, 좁은 골목길에서 차량을 요령 있게 운전하는 일, 병보다 외로움이 환자의 건강을 갉아먹는 일상을 목격하는 일이 쉽지 않다. 마지막 가족마저 떠나고 인간 존엄이 사라진 현실은 이제 낯설지도 않다.
“사실 때려치우고 싶었어요. 지난 여름엔 유난히 더웠잖아요. 불볕더위 속 좁은 골목길에 세워둔 차는 불가마가 되기 일쑤였어요. 그 차에 다시 들어가는 게 어찌나 싫던지.”
‘띠링~ ’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데 그한테서 휴대전화 문자가 왔다.
그 문자엔 줄임표가 군데군데 있었다.
“제가 장애가 너무 두렵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요…누구나 노년에는 장애인이 될 수 있거든요…이 중요한 말씀을 빠뜨렸네요. 오늘 먼 걸음 고생하셨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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