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디즈니가 크루즈 사업 확장에 돈 쏟아붓는 이유

김송이 기자
입력 : 2024. 12. 09 13:54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월트디즈니의 신규 크루즈선 ‘디즈니 트레저’의 세례식(첫 항해 기념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약 1000대의 드론이 동원돼 알라딘, 코코 등 디즈니 영화 속 캐릭터들을 형상화했고, 팝 스타 조딘 스팍스가 이 크루즈선을 위해 특별히 작곡한 노래가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길이 1119피트에 달하는 디즈니 트레저는 오는 21일 첫 항해를 시작할 예정이다.
트레저를 시작으로 디즈니 크루즈선의 포트폴리오는 더 늘어난다. 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디즈니는 향후 10년간 600억 달러를 익스피리언스 부문에 투자할 계획인데, 이 중 20%가 크루즈 사업과 기타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디즈니는 오는 2031년까지 크루즈 선박을 현재 6척에서 13척으로 두 배 이상 늘리고, 서비스 지역도 더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9월 디즈니 크루즈 라인에 새롭게 추가된 '디즈니 트레저'가 독일 북서부 파펜부르크항의 마이어 조선소에 정박해 있다. / AFP=연합뉴스

디즈니가 크루즈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이유는 실적이 부진한 주력 사업들을 대체할 새 ‘캐시카우(수입 창출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올해 4분기(7~9월) 매출 225억74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영화 및 스트리밍 플랫폼이 포함된 엔터테인먼트 매출이 같은 기간 14% 증가한 것과 달리 테마파크 부문의 전체 매출은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미국 외 지역의 매출은 5% 감소했다. 디즈니의 TV사업 역시 코드 커팅(cord cutting·유선 해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즈니 익스피리언스 부문을 이끄는 토마스 마즈룸은 “우리가 아직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업체라는 사실과 강력한 (크주르) 수요를 고려할 때, 지금이 이 사업에 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디즈니 크루즈 사업의 시장 점유율은 카리브해 시장에서 5%인데, 글로벌 시장으로 범위를 넓히면 2.5%로 더 떨어진다. 미 크루즈 여객선 운항업체 카니발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크루즈 사업 전망은 좋은 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크루즈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서다. 국제크루즈선협회(CLIA)에 따르면 세계 크루즈 관광객은 지난해 3170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최고치였던 2019년 2970만명을 넘어섰다. CLIA는 2027년엔 크루즈 이용객이 39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프리미엄 편의시설을 갖춘 큰 선박이 많아지면서 부유한 밀레니얼 세대가 육지 휴가 대신 크루즈를 선택 중”이라고 밝혔다.

디즈니 크루즈 내 '마블' 테마의 다이닝 공간 / 디즈니 크루즈 홈페이지 캡처

디즈니는 ‘콘텐츠 강국’이라는 강점을 살려 크루즈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디즈니는 액티비티부터 다이닝 시설까지 크루즈 곳곳에 자신들의 지식재산권(IP)을 심었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한 투자 컨퍼런스에서 “우리 크루즈를 이용하는 사람들 상장수가 자녀가 없는데, 이는 그들이 우리 브랜드, IP와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자체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디즈니 크루즈 이용객의 82%가 다시 크루즈를 탈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폭발적인 크루즈 수요와 디즈니 IP의 결합으로 디즈니 크루즈는 안정적인 실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디즈니 크루즈에 탑승한 승객 수와 그들이 크루즈에서 보낸 날을 곱한 ‘크루즈 승객일수(PDC)’는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디즈니 크루즈가 가장 바쁜 항구인 플로리다주 포트 캐너버럴에서는 9월 기준 1년 동안 두 척의 선박이 157회 항해했는데, 평균 92.4%의 탑승률을 기록했다.
디즈니 크루즈는 상대적으로 테마파크 접근성이 떨어지는 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당장 내년부터 최대 670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디즈니 크루즈의 최대 규모 선박인 ‘디즈니 어드벤처’가 싱가포르에서 출항해 동남아시아 일대를 돌아다닐 예정이다. WJS는 “디즈니는 부유한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여행객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