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지로 거듭난 울릉도, 백만명 맞을 하늘길 연다

2020.11.23 김민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덮친 2020년, 울릉도는 11월 19일 현재까지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청정지역이다. 해외여행의 대체 관광지로 울릉도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 이유다. 한국관광공사는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여행할 수 있는 전국 ‘언택트 관광지 100선’ 중 하나로 울릉도 행남산책로를 선정하기도 했다.

울릉도로 가는 길은 녹록지 않은 편이다. 서울에서 울릉도로 가는 법은 대략 이렇다. 우선 서울역에서 고속열차(KTX)를 타고 2시간 30분을 달려 경부선 포항역에 내려, 포항여객선 터미널로 이동한다.

현재 육지에 울릉도로 향하는 배편은 포항항, 울진후포항, 묵호항, 강릉항 등에서 울릉도 사동항, 도동항, 저동항을 오가는 정기 노선이 있다. 그마저도 하루에 1~2편씩만 운항한다. 자칫 날씨가 궂으면 아예 배가 뜨지 않는다. 시기를 잘못 맞췄다가는 몇 날 며칠을 울릉도에 발이 묶이기 십상이다.

뱃길도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정원이 400여명 정도인 작은 배는 파도가 크게 칠 때마다 좌우로 기우뚱거린다. 복도를 지나는 승객들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대거나 좌석 등받이를 잡아가며 이동했다. 배멀미하는 이들도 곳곳에 보였다. 이렇게 배로 3시간 30여분을 달리면 비로소 울릉도다.

인기 관광지로 부상한 울릉도

울릉도 저동항에서 강릉행 여객선을 기다리는 관광객들. /김민정 기자

입도하는 과정부터 만만치 않은 이 섬이 2020년 들어 특히 주목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신비한 섬’ 울릉도, 코로나 시대 청정 관광지로 각광

울릉도 사동항에 도착하자 여행사 표지판을 든 안내인들이 보인다. 단체관광객들은 안내인 주변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등산 점퍼 차림인 중장년 여행객들 사이에서 20·30대 여행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자전거를 챙긴 이들도 여럿 보였다.

전체 면적 72.94㎢,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25배인 울릉도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진 섬으로 불린다. 관광객은 대부분 중장년층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고, 인적이 드문 여행지가 인기를 얻으면서 달라졌다.

울릉도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젊은층도 늘었다. 대표적인 섬 여행지인 제주도는 비행기를 통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반면, 울릉도는 날씨와 파도가 변수로 작용해 아무 때나 갈 수 없다는 점도 희소성으로 작용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김용선(30)씨는 신혼여행으로 3박 4일 울릉도를 다녀왔다. 신혼여행만큼 휴가를 길게 낼 기회가 없기 때문에 장시간 배를 타야 하는 울릉도를 행선지로 결정했다. 그는 “상업화되지 않아 관광객들이 한 곳에 몰려있지도 않고 꾸미고 다녀야 할 장소도 딱히 없어 편한 차림새로 휴가를 즐길 수 있었다”면서 “울릉도는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서 안전한 지역이라는 생각에 심적으로도 여유로웠다”고 말했다.

울릉도 관광객 추이

2019년 12월 31일 기준
자료: 울릉군청

최근 5년 동안 울릉도를 찾는 발걸음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3년 최고치를 찍은 연간 방문객 수가 세월호 사고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이어진 2014~2015년 크게 줄었는데 회복세를 지속하는 것이다. 경북 울릉군의 최신 집계에 따르면 2019년에는 38만6501명이 울릉도를 찾았다.

울릉도 주민들은 관광 수요가 늘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한 렌터카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어드는 듯 하더니 (2020년) 8월부터 신혼여행 예약이 늘기 시작했다”면서 “가족 단위 관광객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 관광이 중심이던 울릉도의 분위기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여객선이 드나드는 사동항과 저동항 사이 해안가에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와 빵집 등 젊은 감성이 반영된 식당들이 들어서고 있다. 생선회나 따개비밥, 해물칼국수 같은 한식 메뉴 중심이던 울릉도 맛집 목록에 와플이나 요거트를 파는 카페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옥상 카페 등이 추가됐다.

55년 만에 완공된 일주도로, 울릉도로 관광객 끌어들이는 요소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을 사로잡는 요인은 하나 더 있다. 해안선을 따라 울릉도를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일주도로다. 섬을 일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처음 내린 항구에서 렌터카로 갈아타거나 버스에 탄 다음, 섬 구석구석의 절경과 식당을 찾아다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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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일주도로 전경

/울릉군청 제공

울릉도 일주도로 전경

/울릉군청 제공

울릉도 일주도로 전경

/울릉군청 제공

울릉도 일주도로 건설사업은 1963년 3월 울릉도 종합발전계획의 일부로 시작됐지만, 10여년이 지난 1976년에야 첫 삽을 떴다. 정부와 울릉군은 2001년까지 790억원을 투자해 계획한 44.5㎞ 도로의 39.8㎞ 구간을 개설했다.

북면 천부리 섬목에서 울릉읍 저동리를 연결하는 남은 4.75㎞ 구간은 10년 가까이 진척이 없었다. 해안 절벽 등 지형이 험한데다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운 탓이었다.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일주도로가 무너지면 찻길이 막혀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정부와 울릉군은 2011년 12월 다시 공사에 착수했다. 이 구간은 지난 2018년 12월 임시 개통했고, 이듬해인 2019년 3월 정식으로 열렸다. 사업계획을 세운지 55년만이다. 마지막 구간의 터널이 뚫리면서 이전에는 자동차로 90분 가까이 돌아가야 했던 거리를 15분 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됐다.

2025년에는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한 시간

그야말로 ‘자연의 섬’이던 울릉도는 요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공항을 건설해 하늘길을 여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울릉도 사동항 근처에 공항이 건설될 예정이다.

속도 내는 울릉공항

울릉공항 부지 근처에 현장직원용 생활시설을 짓는 중이다. /김민정 기자

울릉공항에는 50인승 이하 소형항공기가 취항할 예정이다. 43만455㎡ 크기인 공항 부지에 3500㎡ 규모인 여객터미널과 1200m 길이인 활주로가 조성된다. 여객기 5대, 헬기 2대, 소형항공기 2대 등 항공기 11대를 수용할 수 있는 계류장도 마련된다. 사업비로 모두 6651억원이 투입된다.

2020년 10월 현재 울릉공항 부지에서는 현장 직원용 기숙사와 생활 시설을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문장을 눌러서 관련기사를 확인해 보세요 11월 국토교통부는 울릉공항 건설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됐다며, 2025년 개항을 목표로 실착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013년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친지 7년 만이다.

공항이 열리면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7시간 가까이 걸리던 이동 시간이 1시간 정도로 단축된다. 연간 150일 정도 뱃길이 막히는 울릉도의 교통이 크게 개선되는 셈이다.

관광 산업에도 활기를 더해줄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연간 40만명 수준인 연간 관광객 수가 1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울릉군은 전망한다.

울릉도 신공항 건설

사진을 지워서 울릉도 공항 조감도를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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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공항 건설 계획이 추진되면서 울릉도 땅값은 서울 강남구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년도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경북 울릉군의 상승률은 14.49%다. 전국 256개 시군구 중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전국 평균 상승률(6.33%)의 2배가 넘는다.

이 밖에 울릉도는 여러 군데서 변화를 모색 중이다. 2020년 현재도 해안도로를 넓히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도로 폭이 너무 좁거나 낙석과 산사태, 너울성 파도, 결빙 등으로 자주 통행이 어려워지는 구간 21㎞를 개량하는 사업이 올해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변화 중인 울릉도

도로 확장 공사 중인 해안도로 모습. /김민정 기자

‘울릉도의 절경’으로 불리는 코끼리 바위, 삼선암, 죽도, 관음도 등이 모인 북면 도로에는 공사 자재를 실은 15톤(t) 덤프트럭과 굴착기 같은 중장비들이 쉴새 없이 지나다녔다. 기존에 2차선이지만 승용차 두 대도 지나가기 어려웠던 이 도로가 확장되면 양방향으로 이동하기 편리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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